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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ing Diary

카레이서 강민재 F3 테스트 @ 호켄하임링 Part 3 - F3 첫 주행


Part 3 – Test Drive in F3

 

드디어 테스트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몸을 풀고 서킷으로 이동했습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독일에 오기 전부터 일기예보를 계속 확인해온 결과 테스트 당일에는 흐리거나 비가 오는 것으로 나오더니, 역시 새벽부터 비 구름이 끼고 살짝 비도 내리더군요.

 

뮈케 팀은 패독에 있던 텐트를 걷어내고 피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바로 이틀 전 DTM 최종전에서는 쿨사드 선수의 자리, 2010 F1 독일 그랑프리에서는 부에미 선수의 자리였습니다.

 

마치 대회가 열리는 날인 듯 아침 일찍 많은 트레일러들이 패독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날 주행에는 마카오 그랑프리를 준비하는 펠릭스 선수를 비롯해서 유럽 각지에서 온 다른 팀들의 포뮬러BMW, 포뮬러 르노2.0 머신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피트에 도착해 회벨 감독으로부터 오늘 주행 일정 받아보고서 머릿속으로 오늘 하루 있을 모든 일들과 각 주행 세션마다의 유의 사항들을 정리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첫 주행에 들어가기 전에는 빗방울까지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기온도 영상 10도 정도로 굉장히 낮고 하늘은 흐리고 계속해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노면온도가 전혀 오르질 않았습니다.


첫 번째 타임 (09:00~09:45, 약간 비, 16바퀴, 1 43 03)

별 다른 문제 없이 코스인 한 후 한 바퀴 동안 머신의 전반적인 상태 파악을 하고 피트인 했습니다. 간단히 머신 체크 후 다시 코스인해서 5바퀴, 그 다음 8바퀴를 돌며 기어 조작 연습, 머신 적응, 트랙 상태와 라인을 익히는 작업을 하고 첫 타임을 마쳤습니다.

 

순식간에 시속 250km에 다다르는 가속, 빠른 코너링 스피드로 인해 스티어링휠로 전해지는 무게감도 굉장했고 기어 레버 조차도 조작감이 무거워 상당한 힘을 들여야 했습니다. 가속 페달은 민감하고 밟으면 빠르게 RPM을 상승시켰습니다.

 

데이터 분석결과 기어 변속 등 기초적인 조작을 완벽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처음 접하는 까다로운 변속 방법 때문에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이었습니다. 다만 시프트 다운을 좀 더 일찍 할 것을 주문 받았습니다.

 

그리고 감속할 때 브레이크 페달을 더 강하게 밟고, 조금씩 풀면서 머신의 앞뒤 기울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라고 했습니다. 평형상태를 유지해야 머신 밑으로 공기가 흘러 다운포스가 생겨서 빠르게 코너를 돌 수 있다고 조언해줬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코너를 향해 들어가는 턴 시점과 가속 시점이 느려 좀 더 빨리 할 것을, 또한 스티어링휠 조작을 섬세하게 할 것을 주문 받았습니다.


 

두 번째 타임 (10:40~11:25, 흐림, 17바퀴, 1 40 79)

몸은 풀었고 이제 슬슬 속도를 내봐야 할 때. 브레이킹 포인트를 점점 늦추고 가속 상태로 빨리 전환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서킷 적응은 문제가 없었지만 너무나도 낯선 머신과 빨리 친해지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한차례 피트인 후 새 타이어를 장착해서 들어갔는데, 생각대로 잘 안되고 마음은 점점 급해져서 코스를 이탈하기도 하고 잘 하던 기어 변속을 몇 차례 실수하기도 했습니다. 엔진 데이터를 분석하던 엔지니어를 통해서도 기어 변속에 더 집중할 것을 주문 받았습니다.

 

그리고 감속 시점이 너무 이르고 세기도 약하고 가속으로의 전환도 느린 것으로 나왔습니다. 메인 스트레이트에서의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마지막 연속 코너를 잘 빠져 나와야 하며 상당한 고속 코너인 1코너도 좀더 과감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F3 타이어의 접지력이나 다운포스에 대한 느낌이 무지한 상태라 이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시급했습니다.


세 번째 타임 13:00~13:45, 흐림, 20바퀴, 1 40 25)

회벨 기술감독과 한 타임 주행이 끝날 때 마다 데이터 분석을 하며 문제점이 무엇인지, 얼만큼 개선이 되고 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현역 선수들 기록에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가장 빠른 기록이었던 1 40 25와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었던 1 40 42가 모두 이번 세 번째 타임 주행에서 나왔습니다. 이제 그래프 상으로 가속 시점이 펠릭스와 동일하게 가고 있어 회벨 감독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기어 변속 시 손실이 많아 최고속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정확한 시점에서 더 빠른 속도로 변속할 것을 주문 받았습니다.

 

차이는 변속 속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감속구간이 펠릭스 선수보다 길다는 것.  바로 브레이크 페달을 덜 밟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감속을 짧고 강하게 마쳐야 그 뒤에 다운포스를 이용해 빠르게 코너를 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회벨 감독은 제가 아직까지 부족한 점은 많아도 자신의 조언에 따라와주는 매번 개선해 나가는 저에게 많은 격려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임에서는 연료도 적게 넣고 타이어도 예정에는 없었던 새 타이어를 장착한 다음 최고 기록에 도전해보자고 했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회벨 감독의 조언들을 다시 차근차근 생각하며 하나씩 차분히 개선해 나간다는 마음가짐과 동시에 심기일전의 자세로 마지막 타임을 준비했습니다.



네 번째 타임 14:40~15:25, 흐린 후 비, 7바퀴, 1 56 21)

당일 두 번째로 새 타이어를 장착하고 마지막 타임 코스인. 그런데, 코스인해서 2코너를 향해 가는 데 계기판 모니터에 연료 압력이 낮다는 경고문구(Fuel Press. Low!)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코너 헤어핀을 빠져 나오면서부터 푸드득거리더니 결국 시동이 꺼졌습니다.

 

주행시간의 반절인 20분이 지나서야 피트로 견인돼 돌아왔습니다. 이 때 이미 헬멧 쉴드에 빗방울이 맺혀 시야를 가릴 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돌아와보니 문제는 보나마나 연료가 없었다는 것.

 

주유 후 새 슬릭타이어가 장착된 상태 그대로 다시 코스인 했지만 이미 노면이 젖어있어 제대로 주행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다시 피트인 해서 레인타이어로 바꿔 장착하고 코스인. 하지만 비가 점점 많이 내리고 노면이 워낙 차가워서 제대로 된 주행을 도저히 할 수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그렇게 하루 테스트가 끝났습니다. 하루 주행거리 300km로 계획했던 테스트는 결국 한동안 정차해있던 이유로 약 270km 주행으로 마감했습니다. 연료부족으로 차가 멈춘 건 처음 겪은 일이라 저 스스로 믿기지 않았는지 한 타임 더 남은 것으로 착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뮈케 팀에서도 마지막 타임에서 기록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리가 다 끝날 때쯤 있었던 미팅에서 오늘 제 주행에 만족하고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습니다.

 

다만 그 의미가 지금 당장 레이스에 나가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레이스에 나가기 위한 많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고, 그만큼 하루빨리 프리시즌 연습 계획을 세우고 많이 타봐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럽이라는 곳에 처음 온 것이고 낯선 환경에서 처음 접하는 머신으로 테스트를 받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들으니 너무 기뻤습니다. 유럽에서의 첫 걸음을 잘 뗀 것 같아 10개월간 공들여서 준비하며 졸여온 마음이 그나마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팀의 지원을 일부 받게 됐지만 여전히 드라이버가 부담해야 하는 참가비와 경비가 더 크기 때문에 후원업체를 구하지 못하고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없으면 4월에 있을 개막전에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프로야구팀에 입단하는 것처럼 팀으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받고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F3는 물론 F1 조차도 후원업체의 지원이 없는 드라이버는 주전으로 뛰기 어렵습니다2~3년 차 정상급 F3 드라이버들도 결국엔 직접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경우이거나 그런 팀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타는 것일 뿐이지 거액의 연봉을 받고 타는 프로 선수들은 아니란 것입니다.

 

뮈케 팀은 명문 팀이자 교육기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분명 2012시즌에 뮈케 팀과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그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도 일단, 지난 10개월간 열심히 준비해서 달리고 좋은 결과를 낸 만큼 오늘 하루만은 다 잊자는 생각으로 숙소로 돌아와 축하주하고 뻗어버렸습니다. 독일의 둥켈비어는 생각보다 저랑 궁합이 안 맞았습니다.

 

카레이서 강민재

Racing Driver

MinJae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