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 The 58th Macau Grand Prix
지난 10월 테스트가 끝난 후 프뤽키거 감독과 마카오 그랑프리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펠릭스 선수가 유로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마카오 그랑프리에 참가하게 됐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꼭 마카오에 가서 응원도 하고 여러 가지를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프뤽키거 감독이 패스를 준비해주겠다는 말에 무조건 “오케이” 했습니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급하게 비행기, 호텔 예약을 마치고 지난 11월 17일 오전 8시 비행기로 마카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3시간 40분이 걸려 도착하니 현지시간 10시 40분. 독일로 향했던 12시간 비행보다 4시간이 더 지루하고 답답했습니다.
국내 브랜드의 택시와 승용차가 많이 보였던 마카오
마카오 그랑프리 취재를 오신 많은 기자 분들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독일 테스트 주행 촬영을 오셨던 MBC 방송 팀에서도 추가 촬영을 위해 같은 비행기로 오셨습니다. 한 달새 두 번이나 해외에서 촬영 차 뵙게 되니 보통 인연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무려 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전 세계 정상급 F3 드라이버들이 초청돼 일반도로를 활용한 시가지 서킷에서 레이스를 펼칩니다.
대회가 열리는 구이아 서킷(1주 6.120km)은 서킷기획 당시 동양의 모나코 몬테카를로 서킷을 표방했다고 합니다. 페리터미널에서 리스보아 호텔&카지노 앞까지 이어지는 긴 직선구간과 급격히 좁아지는 코너를 돌아 복잡한 코너가 이어지는 구이아 언덕 구간을 지나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구이아 서킷 모형
대회가 처음 시작된 1954년에는 스포츠카 경주대회로 시작했습니다. 1961년에 처음 포뮬러 대회 규정이 적용됐고, 1974년부터는 1,600cc급 포뮬러퍼시픽 대회로 열렸습니다.
F3 그랑프리로 열리기 시작한 1983년 원년 우승자가 바로 아일톤 세나이며 1990년에는 미하엘 슈마허가 우승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F3 대회로 따지면 올해는 29회째 대회였습니다. 올해 한 바퀴 최고시속은 270km, 평균시속은 167km였습니다.
F1 활동 당시 세나의 장비들
마카오 그랑프리 F3 대회 원년 우승자 아일톤 세나의 모습
세나의 F3 머신
1990년 대회에서 미카 하키넨과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한 미하엘 슈마허
이듬해인 1991년에는 데이비드 쿨사드가 루벤스 바리첼로 등 경쟁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각각 1번의 연습주행과 1번의 예선이 진행됩니다. 즉 이틀 동안 두 번의 연습과 예선을 치릅니다. 두 예선 중 빠른 쪽의 기록으로 예선 레이스 그리드가 결정되며 예선 1위 기록의 110%를 초과하는 선수는 예선 탈락하게 됩니다.
토요일 예선 레이스(10랩)는 결승 레이스의 스타팅 그리드(출발 위치)를 정하기 위한 레이스 입니다. 금요일 결승 레이스(15랩)에서 마카오 그랑프리의 진정한 승자가 가려 집니다. 구이아 서킷은 한번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추월이 힘들기 때문에 유리한 출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일찍부터 마카오에 와있다 보니 여유 있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마카오 그랑프리를 가까이서 자세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오르막 구간 모습
유로시리즈의 유일한 아시아계 선수인 사토 키미야
목요일 연습부터 일요일 결승까지 발생한 수많은 사고들
결승 당일 가득찬 관중석
흔히 시가지 서킷이라 하면 경기가 열리는 도로 바로 옆에서 쉽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안전과 대회 진행을 위해 통제된 안전 지대가 존재하며 경찰들이 촘촘히 지키고 서 있어서 잠시라도 서서 지나가는 경주차라도 보고 있으면 바로 저지했습니다.
관중석이라고는 페리터미널이 있는 메인 그랜드스탠드와 리스보아 코너 앞 그랜드 스탠드 두 곳뿐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TV로 보거나 근처 빌딩이나 호텔에서 봐야 합니다. 제가 묵고 있던 호텔 방에서 직선 주로가 살짝 보이기도 했습니다.
페리터미널 앞에서 프뤽키거 감독과 한 달 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피트로 향했습니다. 미캐닉들도 모두 반갑게 맞이해줬고 페터 뮈케 대표와도 인사했습니다. 다만 펠릭스 선수가 성적이 좋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인사했는데 다행히도 반가워 했습니다.
피트 및 패독 쪽으로 가기 위한 지하도 입구
패독 전경
레이스 대기 중인 WTCC 머신들
메인 피트는 F3와 바이크 팀들이 사용하고 WTCC팀들은 패독에 위치한 별도의 피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기 전 미리 F3팀들 피트 앞에 나와 대기 중인 WTCC머신들
GT 등 다른 머신들은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피트를 사용
사고로 인한 화재로 불탄 WTCC 경주차
가장 최신형 GT 머신인 맥라렌 MP4-12C GT3
뮈케 팀에서는 총 2대가 참가했는데 원래는 마카오 선수 1명이 시드 배정을 받아 참가하기로 돼있다가 팔목 부상으로 취소됐고, 대신 올해 일본 F3 챔피언 세키구치 유이 선수가 참가했습니다.
날씨는 계속 흐리거나 비가 내렸습니다. 승부는 로베르토 메르히(프레마 파워팀, 유로시리즈 시즌 1위), 마르코 비트만(시그니처, 유로시리즈 시즌 2위), 다니엘 훈카델야(프레마 파워팀, 유로시리즈 시즌 3위), 펠리페 나스르(칼린, 영국F3 시즌 1위) 선수의 대결로 압축되는 양상이었습니다.
펠릭스 선수는 레이스위크 내내 부진하더니 결국 결승 레이스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로 리타이어 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세키구치 선수가 결승 레이스 12위에서 출발해 수 차례 세이프티카 해제 상황에서 잘 치고 나와 경기 중 최고 2위, 최종 4위로 레이스를 마무리 했습니다.
같은 일본 F3에 참가했던 야마우치 히데키(토다 레이싱, 시즌 3위) 선수와 히로노부 야스다(쓰리본드 레이싱, 시즌 2위) 선수 등은 각각 15위와 리타이어로 부진했는데 홀로 유럽 팀 소속으로 바꿔 나온 세키구치 선수가 4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DTM 부문의 미하엘 바이스 감독은 제가 맨 처음 뮈케 팀에 연락할 당시 답장을 보내줬었습니다
페터 뮈케 대표
펠릭스 로젠비스트 선수
2011 일본 F3 챔피언 세키구치 유이 선수
페터 프뤽키거 감독
토요타와 혼다가 유럽 모터스포츠에서 슬쩍 발을 빼기 시작한 이후부터 F3 엔진은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두 업체의 초 강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대회들은 이 두 메이저 회사의 각축전으로 수년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32대 중 불과 4대만이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회사의 엔진이었을 정도로 비율 면에서도 성적 면에서도 크게 뒤처졌습니다. 이번 대회기간 중 톱10안에 들었던 일본산 엔진은 예선 합산결과 5위, 결승 레이스 9위를 한 토요타 엔진 단 1대뿐이었습니다.
일본의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마인드가 결국에는 전세계 F3 올스타전이라는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참담한 결과로 3년째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 대회 결과 1위는 다니엘 훈카델야, 2위는 펠리페 나스르, 3위는 마르코 비트만 순이었습니다. 폴포지션을 차지했던 메르히 선수는 스타트 직후 사고로 리타이어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엔진은 결승 톱10 중 7대가 사용한 메르세데스-벤츠 엔진이었습니다.
뮈케 팀과 펠릭스를 응원하겠다고 갔는데 막상 결과도 안 좋고 방해만 되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대회 자체를 더 자세히 그리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관중들의 리액션. 정말 순수하게 레이스에서 일어나는 경쟁, 사고 등 모든 것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의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대회뿐만 아니라 마카오라는 곳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정말 좋았습니다.
F3 머신을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막연한 느낌만 갖고 있었지만 그 손맛을 느끼고 난 후에는 저 선수들처럼 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저도 언젠가 실력을 키워서 마카오 그랑프리는 물론 한국에서 열리게 될 F3 코리아 수퍼프리에 나가겠다 다짐했습니다.
대회가 모두 끝난 후 돌아갈 준비로 바쁜 피트에 들어가진 않았고 프뤽키거 감독에게만 조용히 인사했습니다. 오히려 저를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 하길래 방해된 거 같아 제가 더 미안하다면서 계속 연락하겠다고 다음에 보자고 말하고 경기장을 나왔습니다.
직선구간 역방향 주행중인 차들
오르막 구간에서는 가드레일 해체 작업이 한창
리스보아 스탠드의 모습
경기가 끝난 일요일 밤에는 코스를 따라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월요일에는 미처 돌아보지 못한 타피아 지역으로 이동해 하우스박물관, 베네치안 호텔&카지노 등을 둘러봤습니다. 지역 자체가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지 않지만 볼거리도 많고 오히려 더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2일 새벽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서 기다리는데 정말 지루했습니다. 타쿠마 사토 선수의 마카오 그랑프리 우승 머신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볼거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래 기다린 끝에 새벽 2시 20분에 출발해 3시간 20분을 날아와 한국시간 아침 6시 40분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타피아 지역으로 이동 중에는 어제만해도 서킷이었던 도로를 따라 이동했습니다
메인 스트레이트에 진입한 모습
멀리 보이는 컨트롤 타워와 메인 스트레이트의 모습
하우스박물관
베네치안 호텔&카지노 내부
사토 타쿠마 선수의 마카오 그랑프리 우승 머신
내년 3월 17~18일(스페인 발렌시아), 21~22일(스페인 바르셀로나)에 F3 유로시리즈의 프리시즌 테스트가 진행되며, 4월 27~29일 독일 호켄하임링에서 개막전이 열립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소식들을 언론과 공식사이트를 통해 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레이서 강민재
Racing D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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