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Seat Fitting & Circuit Walking
대회가 모두 끝난 후 각종 시설물들 철수가 한창인 호켄하임링에 뮈케 팀의 트레일러와 텐트만 홀로 남아 바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제 차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내일 있을 대망의 연습 주행을 위한 시트 맞춤 작업이었습니다.
시트를 맞추기 위해서는 실제 레이스와 같이 레이싱슈트와 헬멧 등 모든 장비를 착용해야 합니다. 팀 트레일러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다른 선수의 이름이 붙여있던 머신에 태극기와 제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너무 감격스러웠고 책임감 마저 느껴졌습니다.
MBC 스포츠특선 '나는 F1을 꿈꾼다' 중 시트제작 장면
자세히 F3 머신을 들여다보니 작게만 보이던 머신이 생각보다 길고 넓어 놀랐습니다. 콕핏에 들어가 액화상태의 발포스티로폼이 부어지기 전에 미캐닉으로부터 요령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단 한번 만에 몸에 딱 맞는 시트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팀 트레일러 안에 있는 데이터 분석실에서 내일 제 테스트 주행을 총괄할 루디 회벨 기술감독으로부터 F3 머신의 기어 조작 요령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티어링휠에 달린 각종 버튼들과 디스플레이를 통한 머신 상태 확인 요령에 대해 배웠습니다.
시동을 걸 때는 항상 가속 페달을 조금 밟아야 하고, 클러치 페달을 이용해 출발한 다음 시속 50km 까지는 반클러치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빨간색 원 안이 스티어링휠 뒤에 위치한 기어 컷 패들, 초록색 원 안은 기어 레버
주행 중 기어 단수를 올릴 때에는 엔진분당회전수(RPM) 인디케이터의 첫 번째 녹색등이 들어오면 미리 기어 레버를 프리로드 상태로 뒤로 당겨놓고, 맨 마지막 적색등이 들어옴과 동시에 스티어링 휠 뒤쪽에 달린 기어 컷 패들을 누르며 레버를 빠르게 한번 더 당겨야 합니다.
단수를 내릴 때에는 그냥 레버를 앞으로 밀기만 하면 됩니다. 포뮬러 르노2.0 머신의 경우에는 이 때 가속페달을 많이 밟아 주면서 RPM을 높여줘야 하지만 F3 머신은 그렇지 않아도 워낙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오히려 과잉회전이 될 수 있어서 살짝 밟거나 아예 밟지 않아도 됩니다.
이후 내일 연습 스케쥴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처음 코스인 하면 한 바퀴만 돌고 들어올 것이고 차츰차츰 랩 수를 늘려나가면서 진행할 것이라 얘기해줬습니다.
늦은 오후 해가 질 무렵. 프뤽키거 감독, 회벨 감독, 그리고 주전 드라이버인 펠릭스 로젠비스트 선수와 함께 트랙을 걸었습니다. 특히 펠릭스 선수는 바로 어제 경기를 뛴 만큼 특징 하나하나를 세세히 설명해줬습니다. 편하게 사적인 얘기도 하면서 주행요령에 대한 조언도 들었습니다.
아래는 서킷을 직접 걸으며 메모한 내용과 사진입니다.
T1. 그립 좋으면 가속 페달 떼지 않고, 너무 코스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연석 밟아도 괜찮음, 빨간색 구역 전에 코스로 돌아올것
T2. 브레이킹 시 범피 조심, 코너 깊게 들어가면서 브레이킹, 연석 별로, 일찍 턴 해야, 넓게 돌아나올것
T3. 짧고 강하게 브레이크, 1단으로 탈출할 경우 2단 변속 타이밍 놓치지 않도록 주의
T5. 코너 안쪽을 보면서 브레이킹하되 하중이동 주의, 탈출 시 넓게 돌 것
T7. 상황 별로 밸런스 찾아서, 연석 별로, 코너 탈출 바깥부분 밟으면 속도 줄어듬
T8. 안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코너, 앞 두 바퀴가 노면에 닿아있도록 유지시켜야
T9. 코너 진입 염두하고 방향 잘 잡아서 와야, 넓게 쓸 것
T10. 탈출시 언더스티어 주의할 것
마지막으로 뮈케 모터스포츠 팀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해볼까 합니다. 이하 거론되는 드라이버들 모두가 뮈케 팀 소속이었기에 일일이 써놓지 않은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팀은 1998년 페터 뮈케 대표에 의해 창단됐으며 아들인 스테판 뮈케(현 애스턴마틴 르망팀) 선수가 그 해 포뮬러BMW 독일시리즈 챔피언을 획득했고, 2004년 세바스찬 페텔(현 레드불 F1팀) 선수 역시 이 대회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세르지오 페레스(현 자우버 F1팀) 선수도 2006년 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유로시리즈에 참가했던 선수 중에는 2004년 로버트 쿠비차 선수가 있습니다. 세바스티앙 부에미(토로로쏘 F1팀) 선수는 2006~2007년 유로시리즈에 참가해 각각 종합 3, 2위를 기록해 팀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최종전이 끝난 후 패독에 홀로 남아 있는 뮈케 팀 버스
2005년부터는 DTM에도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역시 스테판 뮈케 선수가 주전으로 뛰었고 2008년에는 랄프 슈마허 선수, 2010년부터 데이비드 쿨사드 선수가 기용됐습니다. 다만 팀이 워크스 팀이 아니라서 계속해서 구형 머신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성적은 좋지 않습니다.
올 시즌까지는 2008년식 AMG-메르세데스 C클래스 머신을 사용했지만 내년부터는 신형 머신으로 바꿀 것이라고 하는데, 새로 발표된 2012년식인지 올해까지 최신 스펙이었던 2009년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경주차들로는 DTM 머신 2대, F3 머신 4대, GP3 머신 3대이며, 이 밖에 입문급 포뮬러인 포뮬러 BMW, 포뮬러 마스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GP3팀은 아예 전 F1드라이버이자 미하엘 슈마허의 친동생인 랄프 슈마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되며 유망주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내일 Part 3에서는 테스트 당일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카레이서 강민재
Racing Driver
MinJae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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