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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재의 GT 데뷔전] '열정과 투혼, 그리고 눈물의 일기'

[강민재의 GT 데뷔전] '열정과 투혼, 그리고 눈물의 일기'
2010-08-13 10:31
 신생팀 포스레이싱 기대주 강민재 GT 데뷔전 출전기

  8월 8일 강원태백 레이싱파크가 엇갈린 희비의 장이 됐다.

 폭염 속의 수퍼카 스피드 대결인 GT마스터즈((한국타이어) 4라운드에서다.

  장장 8개월간 경주차(도요타 수프라GT) 세팅을 마치고 스피드 경쟁에 뛰어든 젊은 드라이버 강민재(25)가 트랙에서의 땀과 눈물을 글로 정리했다.

  강 선수는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난 유망주 레이서다.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첫 복귀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정도로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다.

  올시즌엔 GT 4전에 첫 출전해 레이스 초반 발군의 실력으로 역전극을 선보였다.

 하지만 경기후반 미션 이상으로 후미에 머물고 말았다.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실력을 채 펼쳐보이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강 선수는 "밤낮을 잊어가며 경주차 제작에 열을 올렸던 팀원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며 "나와 팀원들이 더욱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경주차를 통해 내 실력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을 만들고 싶다"며 "현재 국내 레이스에 포뮬러 레이스가 없는 점은 굉장히 아쉽고 카트를 통해 성장해나가고 있는 선수들이 뛸 곳이 사라져 결국엔 1,600cc급 박스카 레이스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그는 "꿈나무 육성과 기존 드라이버들이 실력을 맘껏 겨룰 수 있는 무대를 키워 선수 뿐 아니라 많은 일반관중들도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소통의 레이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www.gpkorea.com, 사진=포스레이싱>
 다음은 강민재 선수의 GT 데뷔전 출전기 전문

  직렬6기통 3,000cc엔진에 빅싱글터빈을 단 터보차저 엔진. 일단 원메이크레이스 차량인 엘리사(6기통 2,700cc) 경주차를 제외하고 4기통 2,000cc를 넘어가는 경주차를 타기는 처음이었다.

  포스레이싱팀(기존 그리핀레이싱팀)에서 장장 8개월여에 걸쳐 제작한 도요타 수프라 GT경주차는 대부분의 부품을 미국, 영국, 일본에서 공수했지만 100%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국내 첫 수프라 GT경주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런 경주차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자체가 내게 영광이었다.

  원래 2010 GT마스터즈 시리즈 제3전에서 데뷔할 예정이었지만 늦춰져 제4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시간이 촉박해 경주차 준비에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레이스 1주전쯤인 7월 30일 쉐이크다운을 갖고 경주차 운행에 이상이 없는지 기초적인 부분들을 점검했다. 서스펜션 트러블이 발생해 코너링 성능을 평가할 순 없었지만 동력성능면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8월 4일 경주차 준비를 마무리하고 먼저 태백으로 보냈다. 경기를 앞둔 8월 5일 목요일 아침. 팀 드라이버 미캐닉들을 포함한 선발대가 경기장으로 향했다.

  도착후 짐정리 후 연습에 들어가자마자 파워스티어링계통 트러블이 발생해 연습을 접어야만 했다. 코너진입하는 순간 먹통이 되면서 스티어링휠로 700kg이 넘는 무게감이 전달돼 미세한 조작이 어려웠다.

  이 문제로 경기당일까지 고생하다가 결국 예선에서 한바퀴도 채 돌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팀원들은 결승 참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침울한 분위기였다. 그리드에 서서 결승 스타트만 하고 바로 피트인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결승 포기를 제안했던 한남희 팀장님은 마지막 순간 포기하지 않고 문제해결에 나섰다. 결국 결승을 약 1시간 앞둔 순간 4일간 팀원들을 고생시켰던 문제는 해결됐다. 그리고 나 역시 아무 걱정없이 그리드에 설 수 있었다.

  드디어 팀과 나의 GTM시리즈 GT클래스 데뷔전이 시작됐다. 새로운 경주차와 새롭게 도색한 헬멧으로 나서는 새로운 클래스에서의 데뷔전이라 그런지 숨가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애먹었다.

  최후미인 4그리드에서 출발한 나는 스타트 직후 킥스파오팀의 IS200 경주차를 제쳤고 앞서가는 두대의 포르쉐를 맹렬히 추격했다. 그리고 마지막코너를 돌아나오는 순간 레드스피드팀 포르쉐를 잡을 수 있었고 이제 선두를 향해 달렸다. 경주차상태가 최상으로 느껴졌다.
 코너를 지날때마다 가까워지는 이레인팀 포르쉐를 추격하며 기회를 엿봤다. 역시 마지막코너를 돌아나오는 순간 바로 코앞까지 가까워졌고 직선주로에서 백파이어를 일으키며 있는 힘껏 가속해 1코너 브레이킹 순간에 선두로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경주차의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며 45바퀴를 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곧바로 부스트 세팅을 조절하고 안정적인 주행에 신경썼다. 그러는 사이 페이스를 높여오는 두대의 포르쉐는 나를 추월해나갔다. 그래도 피트스톱 같은 변수는 남아있었기에 결승이 끝날때는 1~2위에 오를지도 모르겠다는 예상도 했다.

  그리고 3위로 무난히 주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변속기계통 트러블이 발생했다. 중요한 감속 가속 구간에서 변속이 잘 되지 않았고 결국 페이스가 더욱 떨어져 최하위 4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의무 피트스톱을 마치고 코스에 복귀했는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기어가 2단에서 고정돼 최고시속 90km로 남은 바퀴를 돌아야만 했다. 느린 속도와 내리쬐는 햇볕, 지열 덕분에 차안의 열기는 80~90도에 육박했고 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다. 이렇게 느린 속도라면 75%완주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차례 경주차들의 추월을 허용하기를 반복한 끝에 45랩 중 75%에 해당하는 34랩에 딱 맞춰 체커기를 받아 결승 공식 결과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밤낮을 잊어가며 경주차 제작에 열을 올렸던 한남희 팀장, 이재하 미캐닉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또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이 포스레이싱팀과 수프라 경주차에 박수를 보냈다.

  수프라 경주차가 보여준 가능성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와 팀원들이 더욱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팀이 수프라GT경주차의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도록 나 역시 최선을 다해 달릴 것이다. 또 이 경주차를 통해 내 실력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을 만들고 싶다.

  현재 국내 레이스에 포뮬러 레이스가 없는 점은 굉장히 아쉽다. 카트를 통해 성장해나가고 있는 선수들이 뛸 곳이 사라져 결국엔 1,600cc급 박스카 레이스부터 다시시작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포뮬러나 GT급 레이스가 활성화돼야만 카트를 통해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드라이버들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 정도로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내에 현존하는 GT경주차들이 예상외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경주차들을 한 데 모아 실력있는 드라이버들을 영입해 경기를 열 수만 있다면 국내 모터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대회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드라이버들뿐만아니라 관중도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소통하는 레이스.

  ▲ 강민재 선수는 올해 건국대 독어과를 졸업했다. 2001년부터 레이싱카트로 기본기를 다지고 2006년 일본 포뮬러 도요타 스쿨을 이수했다. 포뮬러1800과 GT1 등 국내 자동차경주 시리즈에서 상위 입상하는 등 촉망받는 드라이버이다. (편집자주)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www.gpkorea.com, 사진=포스레이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