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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ing Diary

[강민재 연습일기] ICA 카트 연습 @ 카트빌

[2011 6 3일 연습일기]

 

오늘은 오랜만에 레이싱카트 연습을 하러 갔다. 장소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카트빌. 2005년에 후배 형들 코치를 위해 따라간 기억을 끝으로 2006년 이후에는 가본 기억이 없다. 6년만의 방문이었다.

 

카레이싱에 첫 발을 내딛고, 생애 첫 챔피언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레이싱카트 선수 생활을 마친 곳이 바로 카트빌이기에 내게 특별한 곳이다. 한동안 운영을 하지 않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했고 오늘 마침 연습 기회가 생겨 오랜만에 가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 이것저것 챙기고 10시반 쯤 출발해 1시간 만에 도착했다. 햇볕이 따가웠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16살 때 처음 카트 경기장이란 곳에 와서 느꼈던 설렘, 우승을 하며 느꼈던 희열들, 가슴에 큰 꿈을 품고 달렸던 이곳에서의 그 기억들이 떠올라 코 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주행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발급받고 오후 주행권을 끊었다. 그리고 피트로 돌아와 오늘 연습을 도와줄 진성이형(피노카트레이싱팀 강진성 실장)과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었다. 2시부터 3시반 까지 서킷 임대가 있어서 빨리 먹고 1시 코스인을 준비해야 했다.

 

 

내가 오늘 탄 카트의 엔진은 맥스터 사의 100cc 공랭식 리드밸브방식 엔진으로 오늘이 두 번째 체험이다. 몇 주 전 파주에서 처음 탔을 때 마치 터보가 장착된 듯 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고RPM의 진동, 소음과 어우러져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 인상적이었다.

 

준비를 끝낸 후 드디어 6년만의 코스 인. 감회가 새로웠다. 우선 5바퀴 웜업 주행을 마치고 다시 코스인 해 시원하게 가속했다. 좁고 짧은 직선 코스가 시야에서 더욱 좁아지면서 순식간에 1코너를 눈 앞에 두게 된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지 않도록 자연히 힘을 주게 된다.

 

 

카트빌에서는 고속코너인 1,2코너에 이어 3,4번 연속코너에서 속도를 많이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5,6번 시케인 코너는 진입라인을 잘 선정하고 브레이크 컨트롤을 잘 해야 유연한 탈출이 가능하다. 마지막 7번 코너에서는 라인을 잘 타서 가속이 끊기지 않게 해야 한다.

 

연습 초반 1,2번 코너는 잠깐 브레이크를 밟았다 진입했는데, 여유가 많이 있어 나중에는 악셀 컨트롤만으로 진입이 수월했다. 하지만 1코너를 고속으로 돌면 돌수록 2코너 진입 시 언더스티어가 심해 속도를 많이 줄여야 했다.

 

그래서 1코너를 빠져나오면서 뒤를 날려 2코너는 거의 드리프트 하듯이 타게 됐다. 그립이 떨어지는 타이어도 한 몫 했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라인을 타는 게 힘들었기에 다음 연습에서는 특별히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카트는 서스펜션이 없어 섀시가 그 역할을 맡는다. 카트 섀시는 브랜드에 따라, 모델에 따라 그 주행 특성이 다르다. 앞 뒤 스태빌라이저, 시트 바 등으로 강성 세팅도 할 수 있어 기본을 배우는 데 탁월한 교재 역할을 한다.

 

2004년에는 이태리 비렐사에서 OEM 생산한 야마하 카트를 탔었다. 그 섀시는 차체가 전반적으로 가벼워 스티어링 조작이 쉽고 편했다. 특히 뒤쪽이 가벼워 카트빌 서킷의 타이트한 코너를 돌 때면 안쪽 뒷바퀴가 가볍게 들리면서 빠르고 쉬운 선회를 도왔다.

 

오늘 탄 CRG사의 것은 마치 누가 뒤를 꾹 누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무게감이 안정적이기 보다는 답답한 느낌이다. 다음 연습에서는 엔진과 기어비 세팅 뒤 섀시 세팅도 해야 할 것 같다.

 

 

연습 초반에는 3번 코너를 느리게 돌았는데 후반에는 과감히 속도를 올려 돌아도 무리가 없었다.  탈출 시에 엔진이 힘을 못쓰는 느낌이었다. 엔진 특성상 고RPM에서 힘을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반에 로우 니들 조정으로 저속 연료량을 줄였더니 탈출속도가 크게 차이 났다.

 

바로 이어진 4번 코너는 살짝 브레이크를 밟고 진입하다 후반에는 아예 브레이크 없이 진입했다. 그만큼 3번 코너 탈출 속도가 느린 것이다. 다음 연습 때는 스프로켓 변경을 통한 기어비 세팅까지 해봐야겠다.

 

5,6번 코너는 연습 초반 진입 라인과 브레이크 포인트 및 양을 찾느라 애먹었다. 좌측으로 90도 급격히 방향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차분하고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했다. 다음 연습에서는 더욱 섬세하고 정확하게 타려고 노력해야겠다.

 

 

마지막 코너는 라인을 잘 타면 아주 작은 악셀 컨트롤만으로도 부드럽고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 연습 초반 그 느낌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후반에 가서 일정하게 유지를 못해 다음 연습 때 더욱 신경 써야겠다.

 

계기판으로 랩타임을 확인할 수 없었다. 스타트 라인에 일자로 자석이 깔려있으면 그 위를 통과할 때마다 기록이 계측되는 방식인데 지금은 자석이 없나 보다. 스톱워치 상으로는 최고기록이 26초대로 측정됐다.

 

2004년에 스펙상 느린 이아메 엔진으로는 25초대까지 나왔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맥스터 엔진의 힘이 저속 영역대에서 더 발휘될 수 있도록 하고 좀 더 완숙하게 주행한다면 랩타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연습 중간에 월간 자동차전문지인 모터트렌드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에 사진 촬영에 인터뷰까지. 바쁘신 와중에 먼 길 와주신 기자 분들께 정말 감사 드린다. 인터뷰는 아마 두 페이지 분량으로 다음 호에 실릴 것 같다.

 

짜증나는 서해안 고속도로와 서부간선도로의 정체를 뚫고 집에 돌아왔다.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마치고 나니 피로와 함께 아쉬움이 밀려온다. 연습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부족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내 모습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늘 함께 한 이 카트와 계속 꾸준히 연습하고 마스터한다면 앞으로 어떤 경주차를 타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곧 있을 전남 영암 F1 경기장에서의 포뮬러 경주차 연습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더 고삐를 조여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